‘아시아 카지노 전쟁’ 日-태국 가세에 韓업계 긴장
본문
지난달 27일 인천 중구 영종도에 있는 파라다이스시티 외국인 전용 카지노. 한국인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이 공간에 들어서자 눈부신 회전목마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뒤이어 황금색과 빨간색의 화려한 실내장식을 만났다. 대부분 동양인인 고객들이 조용히 테이블 게임에 몰입하고 있었다. 내부로 더 들어가자 게임당 베팅 금액이 훨씬 높은 귀빈(VIP)용 공간이 나타났다. 카지노 관계자는 “하루 평균 1200여 명이 이곳을 찾고, 특별한 행사가 있거나 하면 최대 5000여 명까지도 방문한다”며 “일본이나 중국의 명절 기간에 손님이 특히 많은 편”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라앉았던 관광 시장이 엔데믹으로 숨통이 트이면서 카지노 산업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특히 카지노와 함께 호텔, 쇼핑몰, 컨벤션, 공연장 등 여러 시설을 융합해 다양한 목적의 관광 수요를 충족하는 ‘복합 리조트(IR)’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마카오와 싱가포르 등 기존 강국들에 더해 일본과 태국까지 뛰어들 채비를 하면서 아시아는 새로운 카지노 ‘격전지’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 카지노 시장 뛰어드는 일본과 태국
9일 카지노 업계에 따르면 일본 금융회사 오릭스는 오사카 해변의 유메시마 인공섬에 49만2000㎡(약 15만 평) 규모의 IR을 짓고 ‘일본 1호’ 카지노를 열 예정이다. 미국 MGM리조트인터내셔널과의 컨소시엄을 통해서다. IR 개장 목표는 2029년 하반기(7∼12월)다. 일본은 이 리조트로 연간 200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리조트 개장 후 관광객 유치로 벌어들이는 돈은 연간 5200억 엔(약 5조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도박을 금지해 온 태국도 최근 카지노 합법화로 방향을 틀었다. 태국 정부는 4월 의회가 의결한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 개발 계획을 채택했다. 이 계획에는 카지노도 포함된다. 태국은 관련 행정 절차와 사업자 선정을 연내 마무리해 오사카 IR보다 먼저 개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2029년까지 건설하겠다는 IR은 최대 8개다. 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0%가 관광산업에서 나오는 만큼 카지노에 거는 기대가 크다.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는 4월 초 카지노 합법화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잃어버렸던 시간과 기회를 되찾게 됐다”고 했다.
필리핀 역시 추가 투자에 나서고 있다. 최근 자국 카지노 산업 활성화를 위해 향후 5년간 국내외 기업들로부터 약 8조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카지노 산업을 아예 국책사업으로 삼고 덩치를 키우는 행보다. 베트남은 현재 10개 카지노와 23개의 전자 게임 클럽을 운영 중인데, 2032년 북부 꽝닌성에 ‘반 돈 복합 리조트’ 건설을 계획 중이다. 총투자규모는 21억 달러(약 2조8000억 원)로 알려졌다.
● 한국 카지노 업계는 긴장
한국에서는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가 올해 3월 인천 영종도에서 문을 열었다. 19년 만의 외국인 카지노 신규 허가가 나온 것이다. 한국에는 파라다이스시티와 인스파이어 리조트를 포함해 모두 18개의 카지노가 운영되고 있다. 이 중 강원랜드를 제외한 17개는 모두 외국인 전용 카지노다. 일본, 중국 등 인접 국가에서 얼마나 많이 고객을 유치해 오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되는 것이다.
국내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카지노는 ‘단골’이 많은 산업”이라고 했다. 코로나19 기간 외국인 방한객이 급감했던 시기 전체 방한객 대비 카지노 이용객의 비중은 증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외래 방한객 대비 카지노 이용객 점유율은 코로나19 시기 이전인 2019년까지 20% 안팎이었는데 2020년엔 46%, 2021년엔 73%로 늘었다.
일부에선 아시아 각국의 카지노 투자가 이어지면서 국내 카지노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 오사카 카지노의 경우 중국 ‘큰손’ 고객들이 대거 옮겨 갈 수 있어서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관광대 교수는 “일본이나 태국에 카지노를 품은 IR이 생기면 외국인 고객 유출은 물론 한국인들의 방문 가능성도 크다”며 “국내 카지노 산업도 영업장 확장이나 환경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