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카지노 145억 증발 사건', 4년 만에 주범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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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한 카지노에서 발생한 '145억원 증발 사건'의 주범이 3년 11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9일 제주경찰청은 제주신화월드 내 랜딩카지노의 VIP 금고에서 145억6000만원을 훔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횡령)로 카지노 자금을 관리하던 중국계 말레이시아 국적의 임원 임모씨(58·여)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임모씨는 인터폴 수배를 통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붙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씨는 지난 2020년 1월께 회사 경영진이 교체되는 어수선한 틈을 이용해 카지노 손님 모집 에이전트 업체 직원 중국인 우모씨(41) 등과 공모해 카지노 내 VIP 금고에 보관 중인 145억6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주범인 임씨와 우씨를 도운 공범은 중국인 3명, 한국인 1명 등으로 총 6명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씨는 자신이 관리해오던 VIP 금고에 보관 중인 145억6000만원 중 80여억원을 우씨 개인 금고로 옮기고, 중국인과 한국인으로 구성된 공범 4명에게 지시해 나머지 50여억원을 자신이 머물던 제주시 모처로 옮겼다. 이중 10억원 가량은 환치기를 통해 해외로 송금하도록 했으나 5억원 가량이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임씨는 관련 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으며, 범행 이유에 대해서는 "경영진 교체 시기에 직전 경영진의 요구가 있어 돈을 빼돌렸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자료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경찰은 임씨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서를 발부받고 아세아나폴 '도피사범 추적 프로젝트'에 올리는 한편 올해 2월 임씨를 '핵심' 도피사범으로 지정해 집중추적에 나섰다. 이후 경찰은 9개월 만인 지난 11월 27일 아랍에미리트 인터폴과 공조해 두바이 현지에서 임씨를 검거해 국내로 송환했다.
임씨는 사건 발생 직후 줄곧 공범인 우씨가 마련해 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주거용 오피스텔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우씨 등 나머지 공범을 추적하고 있다
4년 전 세상에 알려진 제주 카지노 145억원 증발 사건은 그동안 잇단 의혹 속에 수사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어왔다.
제주신화월드 내 랜딩카지노를 운영하는 람정엔터테인먼트가 2021년 1월 4일 카지노에 보관 중이던 한화 현금 145억6000만원이 사라진 사실을 확인하고, 임씨를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다.
경찰은 사건 접수 즉시 수사에 착수, 카지노 물품보관소 내 다른 VIP 금고에서 81억5000만원을 발견한 데 이어 임씨가 머물던 제주시 모처 등에서 현금 52억5000만원 등 134억원을 찾아냈다.
하지만 임씨와 우씨 등 주범은 2020년 12월과 2월에 아랍에미리트와 중국 등으로 각각 출국한 뒤였다. 임씨와 우씨 등은 수사가 시작되기 전 범행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등과 맞물리면서 여의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금 흐름을 추적하는 방법으로 환전소 직원 등 공범 4명을 추가 특정해 검거·조사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 주범인 임씨와 우씨가 경찰 수사 개시 전 해외로 도주했고 국내로 입국하고 있지 않아 이들에 대한 지명수배와 인터폴 수배를 끝으로 사건을 잠정 중지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 2022년 11월 2일 주범인 우씨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항공편으로 입국하면서부터 수사가 재개됐다. 경찰은 우씨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당시 또 다른 주범인 임씨가 붙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우씨 개인금고에 있던 돈이 랜딩카지노에서 사라진 돈이라는 확증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하지만 이번에 아랍에미리트 인터폴과 공조해 두바이 현지에서 임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경찰이 찾아내 압수한 돈 134억원은 수사를 마치면 가환부 절차를 통해 주인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돈의 자금 출처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거나, 정당한 돈이 아닐 경우 기소 이후 법원의 확정판결을 통해 국고로 환수할지 주인에게 돌려줄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