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카지노 시장 판도 변화 조짐...싱가포르 '독주'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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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카지노 시장 판도 변화 조짐...싱가포르 '독주' 흔들리나
동남아시아 카지노 시장에 지각 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싱가포르가 13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로 시장 주도권 수성에 나선 가운데, 태국과 필리핀이 카지노 시장 개방을 본격화하면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양대 카지노 운영사인 라스베이거스샌즈(LVS)와 겐팅은 각각 마리나베이샌즈(MBS)와 리조트월드센토사의 대규모 확장을 추진 중이다. 투자 규모는 팬데믹 이전 계획의 두 배에 달하는 130억 달러다.
LVS는 MBS에 네 번째 타워를 건설할 예정이다. 패트릭 뒤몽 LVS 사장은 "이 빌딩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게임 및 접객 서비스 건물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카지노 독주 체제가 흔들릴 조짐도 보인다. 태국 정부는 지난주 카지노를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단지' 개발을 허용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이 법안은 오는 4월까지 의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씨티그룹은 태국이 마카오와 라스베이거스에 이어 세계 3위 게임 허브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박에 관심이 높은 인구, 발달한 관광 인프라, 경제 확장을 추진하는 정부 의지가 그 근거다.
실제 씨티그룹은 태국의 게임 매출이 2031년 91억 달러에 달해 싱가포르(83억 달러)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태국 정부가 제시한 17%의 게임 세율은 마카오(40%), 일본(30%), 싱가포르(18~22%)보다 낮은 수준이다.
필리핀도 카지노 산업 확대에 나섰다. 필리핀 어뮤즈먼트 앤 게이밍 코퍼레이션(PAGCOR)은 향후 몇 년간 최소 두 개의 카지노 리조트 면허를 추가 발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약 6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싱가포르는 이러한 도전에 맞서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MBS는 최소 10만 싱가포르 달러(약 9300만 원)의 예치금을 보유한 고급 게이머들을 타깃으로 한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리조트월드센토사도 두 개의 프리미엄 호텔을 포함한 해안가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전체 시설 면적을 50%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국의 고액 베터(도박자)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이 도박 자금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중국의 VIP 고객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드록 인터내셔널 전 임원인 다니엘 쳉은 "중국 정부의 반부패 정책으로 중국 VIP의 상당수가 단절됐다"며 "리조트 운영자들은 실제 사업가와 억만장자 등 더 합법적인 고액 자산가를 찾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카지노 산업의 장기적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불확실성도 제기된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이미 카지노 외 수익이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다. MGM 리조트의 경우 2023년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리조트의 게임 매출이 전체의 24%에 불과했다.
동남아시아 카지노 시장은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등 주요 국가들의 경쟁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각국은 복합 리조트 개발, 투자 확대, 규제 완화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동남아시아 카지노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높게 평가되지만, 경쟁 심화와 규제 리스크, 정치적 불안정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앞으로 동남아시아 카지노 시장이 어떻게 변화하고, 각국의 경쟁 구도가 어떻게 재편될지 귀추가 주목된다.